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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법에 대하여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은 법사나 비교법이 아니라 인식론이며, 역사학파가 아니라 비판철학이며, 사비니가 아니라 칸트였다. 칸트의 이성비판은 이성은 완결된 이론적 인식, 어디에도 적용되는 윤리적·심미적 규범을 담고 있는 병기고가 아니라 오히려 단지 그러한 인식과 규범에 도달하는 능력에 지나지 않으며, 해답이 아니라 문제의 총체이고, 사람이 소여를 취급하는 관점의 총체이며, 주어진 재료에 적용되어 비로소 일정한 내용의 판단 혹은 평가를 내리는 범주의 총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내용의 일정한 인식 혹은 평가는 결코 '순수'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항상 일정한 소여에 대하여 이성을 적용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것은 결코 보편적으로 타당한 것이 아니라 항상 이들의 소여에 대하여서만 타당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법, 즉 올바른 법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는 보편타당성이 주어지지만 그 해답은 각각 주어진 사회상태에만, 즉 특정한 시대와 민족에만 타당성을 가지는 것이다. (ko) |